매니저의 편지

매니저의 편지

버터텅 매니저의 생각을 담았습니다. 독일의 소식과 날씨, 그리고 생활의 디테일에 대한 글입니다. 관련한 독일어 공부도 하세요~!

buttertongue manager image

Angst vor Stagflation(스테그플레이션에 대한 공포)

유럽의 부유한 선진국들 중에서 지금껏 독일의 물가는 상당히 저렴한 편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독일은 최악의 인플레이션을 코앞에 두고 있다는 보도가 연이어 나오는 상황입니다. 바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서 비롯된 것인데요, 러시아의 가스 공급이 중단되면 독일의 물가 상승률은 7.5~9%까지 올라갈 것이라는 경고입니다. 

독일을 비롯해 유럽 전체의 인플레이션이 예고된 상황이고, 독일은 그에 더해 최근 외교적으로 과감한 결단을 한 바 있죠. 러시아로부터 공급받는 천연가스 의존도가 40%에 이르는데 이를 0%로 만들도록 노력하겠다는 것입니다.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가 함께 오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코로나 전염병과 싸우느라 경제가 발목을 잡힌 것에 더해, 에너지 수급 문제의 여파가 또다른 어려움으로 예고된 것입니다. 코로나 팬데믹, 그리고 러시아의 침공. 아마도 근래 이 두 가지가 세계인의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것들이겠죠. 독일은 거의 직격탄을 맞은 셈입니다.

독일은 비교적 물가가 저렴한 편이라고 말했습니다만, 에너지 물가는 원래부터 상당히 높았습니다. 전기, 가스, 물, 그리고 자동차 연료 말입니다. 한국과 비교한다면 턱없이 비쌉니다. 보통의 독일사람들은 물과 전기, 난방연료가 허투루 낭비되는지 않는지 점검하는 게 습관이 되어 있습니다. 이제 이 에너지들은 더욱 비싸질 것이고, 사람들은 더 치열하게 에너지를 절약하여 쓰게 되겠네요. 물류비용이 상승할 테니 물가는 당연히 오를 것이고요.

시민들의 삶은 조금 어려워지겠지만, 독일이 러시아를 이렇게나마 압박함으로써 우크라이나를 돕게 되는 것이라고 사람들은 여길 것 같습니다. 그리하여 고통을 분담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듯합니다. 그들을 응원합니다.

Angst vor Stagflation(스테그플레이션에 대한 공포) : Angst는 여성형 명사입니다. ‘die Angst’라고 외우세요. 이 단어는 보통 전치사 vor와 함께 쓰입니다. 즉, ‘무엇에 대한 공포’를 ‘Angst vor ~’라고 하는 것이죠. 그리고 vor 다음에 오는 명사는 Dativ입니다. 다음의 몇몇 예를 보시죠.

Angst vor Corona (코로나에 대한 공포)

Angst vor dem neuen Job (새 일자리에 대한 공포)

Angst vor Feuer (불에 대한 공포)

Angst vor dem Hund (그 개에 대한 공포)

Stoppt den Krieg. Frieden für die Ukraine und ganz Europa!(전쟁을 멈춰라. 우크라이나와 전 유럽에 평화를!)

베를린에서 반전 시위가 있다고 합니다. 각종 단체들이 27일 집회할 것으로 경찰에 사전신고한 인원은 2만여명이라고 합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저항하는 것입니다. 그들의 구호는 ” Stoppt den Krieg. Frieden für die Ukraine und ganz Europa.”입니다.

먼저 Stoppt란 단어가 눈에 띄지 않습니까. 그렇습니다. 영어의 stop에 해당합니다. 원형은 stoppen입니다. 명령법을 썼고, stoppt로 어미가 된 것은 ‘너희’, 즉 ihr를 대상을 한 말임을 나타냅니다. 일상적으로는 영어의 stop이란 말도 자주 합니다.

‘den Krieg’이라고 목적격 Akkusativ가 쓰였죠. 전쟁 der Kreig은 남성명사입니다. 평화 Frieden은 어느 성일까요? 이 역시 남성입니다. (‘세계사에서 그간 남자들이 전쟁과 평화를 결정지어왔고, 그래서인지 그 단어들이 남성이다.’라고 외워두세요.)

‘ für die Ukraine’에서 정관사 die에 주목하세요. 보통 국가의 이름에는 관사가 붙지 않습니다만, 몇몇 예외가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스위스, 이라크 등입니다. 우크라이나와 스위스는 여성이고, 이라크는 남성입니다. 이들 국명은 항상 정관사와 함께 씁니다. 그래서 ‘나는 우크라이나에서 왔다’는 말을 하려면 ‘Ich komme aus der Ukraine.’입니다. 미국이란 나라는 복수형으로 취급합니다. die USA라고 합니다. 여기서 die가 여성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복수형임을 나타내니 주의하세요. 왜 미국 국명을 복수형으로 취급하냐면, 여럿의 주들이 모여 이룬 합중국(die vereingten Staaten von Amerika)이라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ganz Europa’에서 ganz에 주목하세요. 형용사 어미변화를 하지 않고 마치 부사인 듯 쓰였습니다. 이 단어 ganz는 조금 특이한 단어인데요, 어떤 단어들 앞에서는 부사적으로 쓰이고 어떤 단어들 앞에서는 형용사 어미를 갖습니다. 가령 이렇게 ‘ganz Europa’라고 부사적으로 쓰이는가 하면, ‘ganzen Tag(온종일)’에서는 형용사 어미를 갖죠. 또한 ‘ganz gut’과 같이 형용사를 수식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Krieg이란 단어에 대해서도 좀 볼까요. 이것이 남성이란 점은 이야기했고요, 동사적으로 쓰여 kriegen이란 말이 있는데 무슨 뜻인지 아십니까. 전쟁하다? 싸우다? 오래 전에는 그런 뜻으로 쓰였다고 합니다만, 현대에서는 다르게 쓰입니다. 얻다, 획득하다, 쟁취하다 등의 뜻으로 쓰이는데 bekommen 동사를 구어적으로 말할 때 이 kiregen이 쓰인다고 보시면 됩니다. 즉 ‘쟁취하다’ 정도의 뜻인데, 약간 가볍게 이야기할 때 ‘받다’라는 말 대신 쓰인다고 보시면 됩니다.

베를린의 브란덴부르거 토어(Brandenburger Tor)(‘Tor’는 광장 같은 곳에 기념비처럼 서 있는 커다란 문을 말합니다.) 앞 광장에는 자주 데모가 있습니다. 시민들은 무슨 일이 있을 때 거기에 와서 데모를 합니다. 그 광장 데모의 구호를 통해 배워본 독일어였습니다. “Stoppt den Krieg. Frieden für die Ukraine und ganz Europa!”

Demokratie gibt es nicht umsonst.

‘es gibt …’라는 표현은 ‘…이 있다’라는 뜻이고, ‘umsonst’라는 단어는 ‘공짜로, 거저, 그냥’ 등의 뜻입니다. ‘민주주의는 거저 주어지지 않는다.’ 배은심 할머니의 말입니다.

배은심은 1987년 6월 연세대학교 정문 앞에서 최루탄을 직격으로 맞아 사망한 이한열의 어머니입니다. 이한열의 희생을 계기로 1987년 이후 한국 민주주의사는 극적인 도약의 단계에 이릅니다. 피 흘린 그의 모습이 민주항쟁의 불길이 되어 전국으로 번져간 것입니다. 우리가 현재 가지고 있는 헌법은 1987년 이한열의 희생 이후 만들어진 것입니다. 어머니 배은심은 아들의 사망 이후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에 참여하며 인권 투쟁과 민주주의가 있는 현장이라면 어디든 달려갔습니다. 원래 광주에 사는 평범한 주부였던 그는 아들의 죽음 이후 35년간 남은 인생 모두를 사회운동가로 살았습니다. 그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민주주의는 그냥 온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피와 눈물과 땀이 범벅되어 한 발짝씩 온다.”

‘민주주주의 그냥 오는 것이 아니다’라는 말을 저는 ‘Demokratie gibt es nicht umsonst.’라고 독일어로 옮겨보았습니다. 그렇죠. 민주주의나 자유나 평등이 그냥 오는 것이 아닙니다. 누군가 그것을 위해 피와 눈물과 땀(Blut, Tränen und Schweiß)을 흘려야 오는 것입니다. 그리고 단번에 이루어지지도 않습니다. 한발짝씩 Schritt für Schritt, 아주 천천히 만들어진다고 합니다. 이 말에서 민주주의라는 이름을 붙들고 피와 땀과 눈물로 범벅이 된 사람들의 모습이 보일 듯합니다.

그 배은심 할머니가 영면하셨습니다. 배은심 할머니는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으셨습니다. ‘거리의 어머니’, ‘유월의 어머니’, ‘민주주의의 어머니’라고 불려지기도 하셨죠. 고인이 생전에 추구하셨던 가치들이 부디 멀리멀리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Demokratie gibt es nicht umsonst.’

이 문장으로 알아야 할 것들을 좀 정리해 보죠.

  1. ‘Es gibt 무엇무엇.’ 이것은 위에서 말했듯 ‘무엇무엇이 있다’라는 표현입니다. 영어의 ‘There is …’죠. 여기서 ‘무엇무엇’은 Akkusativ입니다. 즉 ‘무엇무엇을’이라고 목적격을 써 그렇게 표현한다는 것입니다. 가령, ‘Es gibt Demokratie.’라고 하면 ‘민주주의가 있다’ 뜻이지만, 단어 하나씩 직역하자면 ‘그것은 민주주주의를 준다’입니다. (여기서 주어 es는 비인칭 가주어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왜 하필 geben(주다) 동사가 쓰일까요? 이에 대해 언어학적 토론이 있을 수 있겠습니다. 저의 순전히 개인적인 의견을 말씀드리자면, 이는 중세로부터 그들의 정신문화를 지배한 신 Gott의 존재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무엇이 존재한다’는 말을 ‘무엇이 신으로부터 주어졌다’라고 인식한 것이 아닐까 합니다.)
  2. ‘Es gibt …’ 문장은 자주 도치법으로 쓰입니다. 강조를 위해서입니다. 목적어가 먼저 나오고, 동사와 주어가 따라나오는 것입니다. 이런 도치법은 독일어에서 아주 흔합니다. 평서문으로 이뤄진 어느 평범한 단락 아무것이나 무작위로 뽑은 뒤 정치법과 도치법이 어느 만큼의 비율로 쓰였는지 살펴보면 도치문장이 압도적으로 많은 것을 알 수 있게 됩니다. 강조를 하거나, 테마를 분명히 하거나, 부드럽고 다채로운 느낌의 표현을 위해 독일어 문장은 도치법을 선호합니다. 그래서 여기서도 ”Demokratie gibt es nicht umsonst.’라고, 목적어인 ‘Demokratie’가 먼저 온 것입니다.
  3. 도치문장에서 목적어 외에 부사구가 먼저 오는 일도 아주 흔합니다. 무엇이 먼저 오는가에 따라 어감이 달라집니다.

– In Korea gibt es echtes Kimchi. (한국에는 진정한 김치가 있다.)
– Echtes Kimchi gibt es in Korea. (진정한 김치는 한국에 있다.)

위 두 문장 사이의 차이는 강조되어 앞으로 오는 부분의 순서만 바뀐 것에 있죠. 그런데 어감이 어떤가요? 좀 다르죠. 어떤 문맥인가에 따라 위 두 가지 형태가 각각 구별되어 쓰일 것입니다. 가령, 한국에 있는 좋은 것들을 말하는 맥락 안에 있다면 첫번째 문장이 맞을 것 같습니다. ‘한국에는 이것도 있고 저것도 있어 좋은데, 게다가 대충 만든 김치가 아니라 제대로 만든 김치가 있다’고 말입니다. 만약, 전세계에 각각 만들어진 김치들을 놓고 비교하는 맥락이라면 두번째 문장이 어울릴 것입니다. ‘다른 데서 만들어진 것은 모두 제대로 된 게 없고, 오로지 한국에서 만들어진 것만이 진정한 김치다’라고 말하고자 한다면 말입니다.

그밖에도 ‘umsonst’란 단어도 재미있습니다. ‘공짜로, 거저’란 뜻이 있는 외에 ‘헛되이’란 뜻도 됩니다. ‘공짜’라고 하면 비용이 없다는 뜻이겠고, ‘헛되이’라고 하면 결과가 없다는 뜻이겠죠. umsonst는 두 가지에 다 쓸 수 있습니다. 예컨대, ‘Es war umsonst!’라고 하면, ‘그것은 헛된 것이었어!’라는 탄식이 될 수도 있고, ‘그것은 공짜였어!’라는 기쁨의 표현일 수도 있습니다. 문맥에 따라 달라집니다. 아무튼 오늘의 표현 ‘Demokratie gibt es nicht umsonst.’를 한번 외워보세요. 나중에 잊으셔도 됩니다. 외워서 그것이 내 표현인 것처럼 말하거나 써보세요. 그러면 그 문장 안에 표현이나 단어들이 자연스럽게 내 것이 됩니다.

버터텅 새해 할인은 1월 20일까지입니다.

Guten Rutsch!(복된 출발!)

Frohes neues Jahr! 이 말은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말과 비슷합니다. 1월 1일 0시가 되면 사람들이 서로에게 그렇게 말합니다. Sekt라는 술을 담아 0시에 술잔을 부딛히죠. Sekt는 스파클링 와인인데요, 샴페인과 비슷합니다. 그리고 일시에 세상은 폭죽의 빛과 소리로 요란해집니다. 사람들은 서로 껴안거나 술잔을 부딛히고, 폭죽소리에 놀란 개들이 마구 짖어댑니다. 이 새해맞이를 Silvester라고 합니다. 집에서 Silvester를 맞기도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광장으로 모입니다. 광장에서 모두 모여 폭죽을 터뜨리며 새해를 축하하는 것이죠.
Guten Rutsch!
직역하자면 ‘좋은 출발’이란 뜻입니다. rutschen은 원래 ‘미끄러지다’라는 뜻입니다. 새해를 맞아 출발하는 것을 ‘미끌어져 들어간다’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미끄럼틀을 독일어로 Rutsche라고 합니다. 아무튼지요, 이 ‘Guten Rutsch!’라는 말은 언제 쓰냐면 새해를 맞아 사람들을 만날 때 인사말로 그렇게 말합니다. 문자메시지로 새해인사를 건넬 때에도 이 말을 자주 씁니다.

성탄절이 가족명절이라고 한다면, Silvester는 사회적 일상 속의 축제입니다. 그래서 젊은 대학생들은 대학이 있는 도시에서 공부를 하다가 성탄절을 맞아 집으로 갔다가, 이 Silvester에 다시 대학이 있는 도시로 돌아옵니다. 친구들과 다시 만나 Silvester에 폭죽을 터뜨리고 Sekt를 마시는 즐거움을 포기할 수 없는 것입니다. 대개의 독일 대학생들은 다 그렇습니다.

이제 이 마저도 불가능하죠. 그렇습니다. 코로나 때문입니다.(우리 참 이 말, ‘코로나 때문에’라는 말 정말 많이 하게 되었죠. 독일어로 이 표현 배워야겠어요. ‘wegen der Corona’입니다. Corona는 a로 끝나서인지 여성명사로 받아들입니다. 사람이름이 a나 e로 끝나면 여자의 이름입니다.) 광장에서 모이는 것은 불가능하겠지만 집에서 허용된 수의 인원들끼리 삼삼오오 모여 Silvester의 밤을 보내지 않을까 합니다. 어쩌면 대학생들은 고향 집에서 머물며 가족과 함께 Silvester를 보내는 경우도 많을 듯합니다. 어차피 대학교로 가봤자 축제를 할 수도 없고, 고향집에 머무는 친구들이 많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독일의 겨울은 한국보다 더 우울합니다. 사실을 말하자면, 훨씬 우울합니다. 겨울에 밤이 훨씬 더 긴데다, 한국과 같은 밤문화란 게 독일엔 없기 때문입니다. 원래부터 밤에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별로 없습니다. 그런데 전염병이 도는 시국이니 더욱 고요한 밤들이 이어질 것입니다. 그들은 이제 Silvester의 즐거움도 빼앗겼습니다. 겨울에 공기가 습해지는데요, 안개가 자주 껴 어둡고 고요한 밤을 더욱 음산하고 춥게 만들어 놓습니다.

아무튼요, 새해 2022년입니다. 사람은 어떠한 순간에도 희망을 포기하면 안됩니다. Man darf nicht die Hoffnung aufgeben! 비록 Silvester를 제대로 즐길 수 없지만 그렇다고 새해가 오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Guten Rutsch! 이 글을 읽는 여러분 모두의 멋진 출발을 진심으로 바랍니다.

아 참, 할인의 행진은 계속됩니다. 1월 20일까지!

Frohe Weihnachten!(메리 크리스마스!)

성탄과 새해가 찾아옵니다. 버터텅은 계절마다 한번씩 할인기간을 갖는데요, 겨울에는 이때 할인합니다. 다사다난했던 한 해를 지내고 우리가 또 이렇게 성탄과 새해를 맞을 수 있다는 것은 기쁘고 희망찬 일입니다.

할인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수강신청 페이지를 보세요.

독일사람들에게 성탄절은 우리의 추석이나 설과 비슷한 명절입니다. 성탄절에는 다들 집으로 돌아갑니다. 대학 캠퍼스와 기숙사가 텅텅 비워지게 될 정도이죠. 성탄절에 만일 갈 곳이 없어 혼자 기숙사 같은 곳에 머물러야 한다면 고독감이나 소외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모두가 가족과 함께 맛있는 음식을 먹고 선물을 주고받습니다. 미국에서는 성탄절에 칠면조를 먹는다고 알려져 있는데요, 독일에서 성탄절에만 먹는 특별한 음식은 없는 것 같습니다. 그저 둘러앉아 함께 퐁듀Fondue를 먹기도 합니다. 초코퐁듀와 치즈퐁듀 두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어머니들이 과자를 굽는 것이 조금 특별합니다. 성탄절 과자를 Weihnachtsgebäck이라고 합니다. Gebäck은 과자라는 뜻이고, 이와 비슷한 말로 Keks, Plätzchen 등이 있습니다. 세 단어가 정말 같은 것을 가리키는 말들인지 혹은 과자의 종류에 따라 조금씩 달리 부르는 것인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성탄절 과자인 Weihnachtsgebäck은 한번 검색하여 이미지를 봐두시기 바랍니다. 독일에서 유학생으로서 성탄절에 따로 갈 곳이 없어 혼자 지내면 나중에 고향집에 갔던 친구가 돌아와 자신의 엄마가 구운 과자라며 선물로 주기도 합니다.

글뤼바인(Glühwein)이란 것을 아십니까. 따뜻하게 데워 마시는 와인인데요, 성탄시즌을 전후로 마시는 술입니다. Glühwein이 한국이나 미국에서는 어느 순간 어느 경로에서인지 Gluhwein(글루바인)이라고 불리기도 하더라고요. 올바른 독일어는 Glühwein입니다. ‘glüh’는 불붙었던 나무장작에 새빨갛게 불씨가 살아있을 때 그 빛을 말합니다. 백열전구를 독일어로 ‘Glühbirne’라고 합니다. ‘Birne’는 과일 배를 말합니다. 즉 ‘하얗게 백열하는 배’라고나 할까요.

아무튼 연말연시입니다. 독일어 공부하시는 모든 분들도 뜻깊은 성탄과 희망찬 2022년을 맞으시길 바랍니다.

ein sehr schlimmes Weihnachtsfest(어느 끔찍한 성탄제)

schlimm : 나쁜, 끔찍한 | Weihnachtsfest ; n. 성탄제

독일의 질병관리 연구소 RKI(Robert Koch-Institut)의 소장(Chef)인 로타 빌러(Lothar Wieler)는 ‘나쁜 성탄절(schlimmes Weihnachten)’을 경고한 바 있습니다. 코로나 상태(die Corona-Lage)에 대해, „Wir werden wirklich ein sehr schlimmes Weihnachtsfest haben, wenn wir jetzt nicht gegensteuern.(지금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아주 끔찍한 성탄절을 맞게 될 것입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특히 백신을 맞지 않으려는 사람들을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록다운 상태까지 갔던 방역의 고삐를 너무 쉽게 해제한 정치권에 대해서도 매우 날카로운 말로 공격했습니다.

기독교 전통을 정신문화의 바탕으로 하는 서구권에서 성탄절의 의미는 매우 큽니다. 독일도 마찬가지인데요, 성탄절은 비단 기독교인 뿐만 아니라 모두에게 가장 중요한 축제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제 코로나 위기로 인해 성탄절은 록다운 상태에서 지내야 하고, 뿐만 아니라 사회의 발전과 존망이 위협받고 상태인 것입니다.

인류는 2차대전 이후 한 칠십년 넘게 유래없는 평화와 번영의 시간을 살았습니다. (2012년 노벨상위원회는 노벨평화상의 수상자로 유럽연합을 선정한 바 있습니다.) 우리는 심각한 전쟁만 피한다면, 또 환경개선을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는다면 이 평화는 크게 위협받는 일 없을 것이라고 은연중에 믿었던 모양입니다. 평화가 너무 길었던 것일까요? 생각해보면, 전염병의 위협을 겪은 게 처음이 아니죠. 흑사병이나 스페인 독감이 돌던 때 많은 사람이 죽고 사회 시스템이 멈추었죠. 다만 그때는 교통이 지금처럼 발달하지 않아 이렇게 전지구적인 전염병은 아직 없었던 것입니다. 전쟁을 멈추고 정치적인 평화상태를 유지하는 것 외에도 우리가 노력해야 할 것은 더 있었던 것입니다.

‘schlimm’은 ‘나쁜’이란 뜻입니다. 비슷한 말로 ‘schlecht’가 있죠. 이에 더해 ‘schrecklich’는 보통 ‘끔찍한’으로 번역됩니다. 표제어에서는 ‘schlimm’을 ‘끔찍한’으로 번역했습니다. ‘schrecklich’는 명사 ‘Schreck(m. 공포, 충격)’으로부터 온 것입니다. 또 이와 유사한 단어가 무엇이 있을까요? 흔하게는 furchtbar, entsetzlich 등이 있습니다. 제가 예전에 알았던 어떤 독일노파는 ‘fürchterlich’라는 말을 잘 썼습니다. ‘Es ist fürchterlich…’라고 중얼거리곤 하셨죠. 이 단어는 그 할머니만 썼습니다. 아무튼 schlecht, schlimm, furchtbar 정도는 기본적으로 알아야 합니다.

Punkt am Satzende (문장 끝에 마침표)

Punkt : m. 점 | Satzende : n. 문장의 끝


평서문의 끝에는 언제나(immer) 마침표를 찍어야 합니다. 이것을 철저히(streng) 지켜야 합니다. 점이 찍히지 않으면 문장이 끝나지 않은 것입니다.

 작문과제를 제출하시는 회원들 중에는 문장 끝의 마침표를 소홀히 하시는(vernachlässigen) 분들이 계십니다. 결코 적지 않은 수의 회원님들이 때로의 문장을 점으로 끝맺지 않고 작문을 제출하십니다.

그런데 이것은 아주 기본적(generell)이면서도 대단히 중요합니다(wichtig). 때로 문장이 아닌 것에도 마침표가 찍힐 수 있죠. 어떤 구나 단어 하나에도 말입니다. 더구나 문장의 끝에는 절대적으로 마침표나 물음표, 느낌표 등이 찍혀야 합니다. 문장단위의 의미 덩어리가 끝났다는 표시를 하는 것입니다.

독일어 공부를 하시는 대부분의 회원님들은 언젠가 중요한 시험을 치게 될 것이고, 그 시험에는 작문영역이 반드시 포함되어 있을 것입니다. 만약 여기서 문장 끝에 마침표 찍기를 소홀히 한다면 그것은 분명히 감점의 이유가 됩니다. 즉 문장이 아무리 완벽해도 끝에 마침표가 없으면 감점이 된다는 뜻입니다.

마침표는 문장쓰기의 아주 기본적인 사항입니다. 어렵지도 않고요. 간단한 기본을 소홀히 하면 어리숙하고 교육받지 못한 사람이라는 인상(Eindruck)을 줄 수 있습니다. 점 찍기 한 가지 대충 하여 사람들에게 그런 인상을 줄 필요가 있나요?

단 1점이라도 더 받으려 최선을 다 하는 시험에서 사소한 점 찍기 하나로 감점을 마구 당한다면 안타까운 일이 아닙니까. 여러분. 마침표 찍기를 생활화합시다.

또 내친 김에 한 마디 덧붙이자면, 명사를 쓸 때 대문자로 쓰는 규칙에 관한 것입니다. 이 규칙을 소홀히 하는 사람도 간혹 있습니다. 이것도 간단하면서 절대적으로 지켜야 하는 사항입니다. 독일어에서 명사는 어느 자리에 있건 대문자로 시작해 씁니다. 반드시 지키세요. 작문시험을 친다면 소문자로 시작한 명사 역시 감점입니다. 틀렸으니까요. 교재와 해설강의 등에서 누누이 강조된 사항인데요, 아마 그 순간에 잠시 졸면서 공부한 분들이 그런 실수를 하시는 것 같습니다. 유념하셔서 나중에 불이익을 받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Mutti(엄마)

Mutti란 Mutter의 애칭입니다. 이 단어는 독일의 총리 안겔라 메르켈(Angela Merkel)을 부르는 애칭이기도 합니다. Frau Merkel은 16년간 집권정당인 CDU의 수장으로서 독일을 이끌다가 최근 명예로운 퇴장을 했습니다. 그런 총리를 부르는 애칭이 Mutti라고 합니다. 이것은 어쩌면 한 사람의 정치인이 얻을 수 있는 최고의 애칭이 아닐까 합니다. 독일국민과의 애정과 신뢰가 얼마나 두터우면 Mutti라고 불려질 수 있을까요. Mutter도 아니고요.

CDU는 보수우파를 표방하는 정당입니다. 독일은 대통령이 정부를 이끄는 구조가 아니라, 정당이 집권을 하면 정당의 수장이 총리가 되는 구조입니다. 보수당의 리더 메르켈은 그러나 결코 보수적이지만은 않았습니다. 시리아와 이라크의 내전을 피해 수백만의 난민이 몰려왔을 때 거센 반대를 무릅쓰고 시리아 난민을 대거 받아들이도록 결정했던 일이 대표적입니다. 트럼프 시대의 미국이 보여준 자유주의적 독주를 견제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하고 실질적인 대체적 인물로 꼽히기도 했습니다. 신나치주의에 단호하게 대응하였고, EU 경제공동체가 맞았던 커다란 위기들이 메르켈이 이끄는 독일정부의 주도로 해소된 바 있습니다.

16년간이나 독일의 정상이자 EU의 가장 중요한 리더쉽이었던 그가 이제 명예롭게 자진 퇴임을 합니다. 한 사람이 이렇게 오래 권력의 꼭대기에 서 있었음에도 독재자이기는커녕 ‘엄마’로 불려지고 이제 자진하여 권좌에서 내려오는 모습을 우리는 지금 목격하고 있습니다.

독일이 대통령이 아닌 정당이 집권하는 구조를 가지게 된 가장 큰 이유에는 히틀러 나치시대라는 역사경험이 있습니다. 한 사람에게 권력이 집중되는 것을 막는 제도인 것이죠. 메르켈의 퇴진은 그 제도가 성공했음을 입증하고 있습니다. 메르켈은 집권정당을 대표하여 국가를 이끌었던 것이고 원천적으로는 그가 단독으로 보장받은 권력을 가진 것이 아니었습니다.

요즘 세상에 세계적인 사랑과 인정을 받는 정치적 리더로 누구를 꼽을 수 있을까요? 제가 마음대로 들어보자면 미국의 오바마와 독일의 메르켈 정도입니다. 그 가운데서도 메르켈은 자그마치 16년간이나 정상이었던 것이죠.

큰 정치인의 아름다운 퇴장. 우리 한국인들은 이런 모습을 각별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부러운 시선으로 이것을 바라보는 중입니다.

Mutti가 Mutter의 애칭이기는 하나 보편적인 호칭은 아닌 것 같습니다. 독일에서는 아이가 엄마를 부를 때 Mom, 혹은 Mami라고 부릅니다. Mutti는, 뭐랄까요, 약간 올드한 느낌이랄까요. 사실 정확히 어떤 느낌인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그리 잘 쓰이지 않으나 친근한 느낌을 주는 단어인 듯합니다. 아빠는 Papa라고 부릅니다. 어쩌다가 언제부터 그런지는 모르겠습니만 독일어에 영어단어가 쓰이는 것까지는 이해하겠는데, 엄마나 아빠 같은 단어마저도 그렇다는 것은 제가 보기에 좀 이상해보이기는 합니다. 아마 두 언어간의 친연성이 그토록 크다는 뜻인 것 같습니다.

Herbst

가을입니다.

언제나 이 계절이 좋습니다. 꼭 이맘때가 참 좋습니다.

독일에 있는 한국인 유학생들은 가을이 되어 날씨가 추워지면 향수병에 시달리곤 합니다. 날은 쌀쌀해지고, 고요한 저녁은 하루하루 더 빠르게 찾아옵니다. 이럴 때 한국에서 늘 먹던 뜨겁고 매콤한 음식이 그리워지죠. 떡볶이, 라면, 육개장, 오뎅, 김치찌개 뭐 그런 것들이요. 많은 사람들에게 향수(鄕愁)가 종종 음식과 연관되는 이유가 비록 잘 설명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누구든 잘 이해할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사실 음식이든 무엇이든 한국의 것이라면 참 그립습니다. 사소한 것들일수록 그립습니다. 어느 정도로 그립냐면, 때론 사무치게 그립습니다. ‘사무치게’라는 말을 독일어로 옮긴다면 아마 ‘heftig’ 정도가 아닐까 합니다. 하지만 그 ‘사무치게’란 단어의 느낌을 ‘heftig’가 온전히 감당하고 전달해주지는 않는 듯합니다.   

독일의 가을과 겨울은 한국에서보다 더 어둡고 고요합니다. 어둡고 고요한 이국의 땅에 홀로 놓인 그들이 어느 저녁에 한국의 사소한 것들을 몹시도 그리워하는 순간을 헤아려봅니다.

관련한 단어들은 Heimweh(n. 향수), 고독한(einsam), Herbst(m. 가을), Sehnsucht(f. 그리움) 등입니다. Heimweh는 Heim(n. 고향)과 Weh(n. 아픔)의 합성어입니다.

Chaos, Gewalt, Panik

Chaos, Gewalt, Panik
(혼돈, 폭력, 패닉)
Chaos : n. 혼돈 | Gewalt : f. 폭력 | Panik : f. 패닉

아프가니스탄의 수도 카불의 공항(Flughafen)에 큰 혼란이 있었다고 합니다. 위 표제어의 발음을 한글로 옮기자면 [카오스, 게발트, 파닉]입니다. Chaos의 형용사형은 chaotisch(혼란스러운)이고, Gewalt의 그것은 gewaltätig(폭력적인)입니다. 아프가니스탄에 이십년간 병력을 투입했던 독일에서는 이번 사태에 대해 이런저런 장탄식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이것은 수치(Schande)라거나, 불명예스러운 결말(unwürdiges Ende)이라거나, 굴욕(Demütigung)이라는 등의 여론입니다.

외국군대가 철수하니 바로 무너지는 민주제 국가, 목숨을 걸고 조국을 떠나려는 선량한 그 국민들의 모습을 세계인이 안타깝게 바라보고 있습니다. 우리가 공기처럼 느끼고 사는 평화(Frieden)나 민주주의(Demokratie)가 얼마나 소중하고 의미있는 것인지, 국가는 개인에게 어떤 의미인지, 외부의 힘을 빌은 평화가 얼마나 허약한 것이며 그 대가가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 만듭니다.

오늘의 표제어는 부정적 의미(negative Bedeutung)를 담은 것들입니다. 관련한 단어들은 그밖에도 Krieg(m. 전쟁), Armut(f. 가난), Bombe(f. 폭탄), Anschlag(m. 공격(Angriff)), Explosion(f. 폭발), Terrorismus(m. 테러리즘), Staat(m. 국가), Volk(n. 민족) 등입니다. 시사적 주제들과 함께 그때그때 어휘를 모으세요. 그 어휘들이 생동감을 갖게 되어 보다 쉽게 익힐 수 있습니다. 명사를 외울 때는 관사와 함께 외운다는 사실도 있지 마세요. 가령, ‘Krieg(m. 전쟁)’이라고 써 있으면 [데어 크릭 전쟁]하고 외워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