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tti(엄마)

Mutti란 Mutter의 애칭입니다. 이 단어는 독일의 총리 안겔라 메르켈(Angela Merkel)을 부르는 애칭이기도 합니다. Frau Merkel은 16년간 집권정당인 CDU의 수장으로서 독일을 이끌다가 최근 명예로운 퇴장을 했습니다. 그런 총리를 부르는 애칭이 Mutti라고 합니다. 이것은 어쩌면 한 사람의 정치인이 얻을 수 있는 최고의 애칭이 아닐까 합니다. 독일국민과의 애정과 신뢰가 얼마나 두터우면 Mutti라고 불려질 수 있을까요. Mutter도 아니고요.

CDU는 보수우파를 표방하는 정당입니다. 독일은 대통령이 정부를 이끄는 구조가 아니라, 정당이 집권을 하면 정당의 수장이 총리가 되는 구조입니다. 보수당의 리더 메르켈은 그러나 결코 보수적이지만은 않았습니다. 시리아와 이라크의 내전을 피해 수백만의 난민이 몰려왔을 때 거센 반대를 무릅쓰고 시리아 난민을 대거 받아들이도록 결정했던 일이 대표적입니다. 트럼프 시대의 미국이 보여준 자유주의적 독주를 견제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하고 실질적인 대체적 인물로 꼽히기도 했습니다. 신나치주의에 단호하게 대응하였고, EU 경제공동체가 맞았던 커다란 위기들이 메르켈이 이끄는 독일정부의 주도로 해소된 바 있습니다.

16년간이나 독일의 정상이자 EU의 가장 중요한 리더쉽이었던 그가 이제 명예롭게 자진 퇴임을 합니다. 한 사람이 이렇게 오래 권력의 꼭대기에 서 있었음에도 독재자이기는커녕 ‘엄마’로 불려지고 이제 자진하여 권좌에서 내려오는 모습을 우리는 지금 목격하고 있습니다.

독일이 대통령이 아닌 정당이 집권하는 구조를 가지게 된 가장 큰 이유에는 히틀러 나치시대라는 역사경험이 있습니다. 한 사람에게 권력이 집중되는 것을 막는 제도인 것이죠. 메르켈의 퇴진은 그 제도가 성공했음을 입증하고 있습니다. 메르켈은 집권정당을 대표하여 국가를 이끌었던 것이고 원천적으로는 그가 단독으로 보장받은 권력을 가진 것이 아니었습니다.

요즘 세상에 세계적인 사랑과 인정을 받는 정치적 리더로 누구를 꼽을 수 있을까요? 제가 마음대로 들어보자면 미국의 오바마와 독일의 메르켈 정도입니다. 그 가운데서도 메르켈은 자그마치 16년간이나 정상이었던 것이죠.

큰 정치인의 아름다운 퇴장. 우리 한국인들은 이런 모습을 각별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부러운 시선으로 이것을 바라보는 중입니다.

Mutti가 Mutter의 애칭이기는 하나 보편적인 호칭은 아닌 것 같습니다. 독일에서는 아이가 엄마를 부를 때 Mom, 혹은 Mami라고 부릅니다. Mutti는, 뭐랄까요, 약간 올드한 느낌이랄까요. 사실 정확히 어떤 느낌인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그리 잘 쓰이지 않으나 친근한 느낌을 주는 단어인 듯합니다. 아빠는 Papa라고 부릅니다. 어쩌다가 언제부터 그런지는 모르겠습니만 독일어에 영어단어가 쓰이는 것까지는 이해하겠는데, 엄마나 아빠 같은 단어마저도 그렇다는 것은 제가 보기에 좀 이상해보이기는 합니다. 아마 두 언어간의 친연성이 그토록 크다는 뜻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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