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입니다.
언제나 이 계절이 좋습니다. 꼭 이맘때가 참 좋습니다.
독일에 있는 한국인 유학생들은 가을이 되어 날씨가 추워지면 향수병에 시달리곤 합니다. 날은 쌀쌀해지고, 고요한 저녁은 하루하루 더 빠르게 찾아옵니다. 이럴 때 한국에서 늘 먹던 뜨겁고 매콤한 음식이 그리워지죠. 떡볶이, 라면, 육개장, 오뎅, 김치찌개 뭐 그런 것들이요. 많은 사람들에게 향수(鄕愁)가 종종 음식과 연관되는 이유가 비록 잘 설명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누구든 잘 이해할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사실 음식이든 무엇이든 한국의 것이라면 참 그립습니다. 사소한 것들일수록 그립습니다. 어느 정도로 그립냐면, 때론 사무치게 그립습니다. ‘사무치게’라는 말을 독일어로 옮긴다면 아마 ‘heftig’ 정도가 아닐까 합니다. 하지만 그 ‘사무치게’란 단어의 느낌을 ‘heftig’가 온전히 감당하고 전달해주지는 않는 듯합니다.
독일의 가을과 겨울은 한국에서보다 더 어둡고 고요합니다. 어둡고 고요한 이국의 땅에 홀로 놓인 그들이 어느 저녁에 한국의 사소한 것들을 몹시도 그리워하는 순간을 헤아려봅니다.
관련한 단어들은 Heimweh(n. 향수), 고독한(einsam), Herbst(m. 가을), Sehnsucht(f. 그리움) 등입니다. Heimweh는 Heim(n. 고향)과 Weh(n. 아픔)의 합성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