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kratie gibt es nicht umsonst.

‘es gibt …’라는 표현은 ‘…이 있다’라는 뜻이고, ‘umsonst’라는 단어는 ‘공짜로, 거저, 그냥’ 등의 뜻입니다. ‘민주주의는 거저 주어지지 않는다.’ 배은심 할머니의 말입니다.

배은심은 1987년 6월 연세대학교 정문 앞에서 최루탄을 직격으로 맞아 사망한 이한열의 어머니입니다. 이한열의 희생을 계기로 1987년 이후 한국 민주주의사는 극적인 도약의 단계에 이릅니다. 피 흘린 그의 모습이 민주항쟁의 불길이 되어 전국으로 번져간 것입니다. 우리가 현재 가지고 있는 헌법은 1987년 이한열의 희생 이후 만들어진 것입니다. 어머니 배은심은 아들의 사망 이후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에 참여하며 인권 투쟁과 민주주의가 있는 현장이라면 어디든 달려갔습니다. 원래 광주에 사는 평범한 주부였던 그는 아들의 죽음 이후 35년간 남은 인생 모두를 사회운동가로 살았습니다. 그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민주주의는 그냥 온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피와 눈물과 땀이 범벅되어 한 발짝씩 온다.”

‘민주주주의 그냥 오는 것이 아니다’라는 말을 저는 ‘Demokratie gibt es nicht umsonst.’라고 독일어로 옮겨보았습니다. 그렇죠. 민주주의나 자유나 평등이 그냥 오는 것이 아닙니다. 누군가 그것을 위해 피와 눈물과 땀(Blut, Tränen und Schweiß)을 흘려야 오는 것입니다. 그리고 단번에 이루어지지도 않습니다. 한발짝씩 Schritt für Schritt, 아주 천천히 만들어진다고 합니다. 이 말에서 민주주의라는 이름을 붙들고 피와 땀과 눈물로 범벅이 된 사람들의 모습이 보일 듯합니다.

그 배은심 할머니가 영면하셨습니다. 배은심 할머니는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으셨습니다. ‘거리의 어머니’, ‘유월의 어머니’, ‘민주주의의 어머니’라고 불려지기도 하셨죠. 고인이 생전에 추구하셨던 가치들이 부디 멀리멀리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Demokratie gibt es nicht umsonst.’

이 문장으로 알아야 할 것들을 좀 정리해 보죠.

  1. ‘Es gibt 무엇무엇.’ 이것은 위에서 말했듯 ‘무엇무엇이 있다’라는 표현입니다. 영어의 ‘There is …’죠. 여기서 ‘무엇무엇’은 Akkusativ입니다. 즉 ‘무엇무엇을’이라고 목적격을 써 그렇게 표현한다는 것입니다. 가령, ‘Es gibt Demokratie.’라고 하면 ‘민주주의가 있다’ 뜻이지만, 단어 하나씩 직역하자면 ‘그것은 민주주주의를 준다’입니다. (여기서 주어 es는 비인칭 가주어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왜 하필 geben(주다) 동사가 쓰일까요? 이에 대해 언어학적 토론이 있을 수 있겠습니다. 저의 순전히 개인적인 의견을 말씀드리자면, 이는 중세로부터 그들의 정신문화를 지배한 신 Gott의 존재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무엇이 존재한다’는 말을 ‘무엇이 신으로부터 주어졌다’라고 인식한 것이 아닐까 합니다.)
  2. ‘Es gibt …’ 문장은 자주 도치법으로 쓰입니다. 강조를 위해서입니다. 목적어가 먼저 나오고, 동사와 주어가 따라나오는 것입니다. 이런 도치법은 독일어에서 아주 흔합니다. 평서문으로 이뤄진 어느 평범한 단락 아무것이나 무작위로 뽑은 뒤 정치법과 도치법이 어느 만큼의 비율로 쓰였는지 살펴보면 도치문장이 압도적으로 많은 것을 알 수 있게 됩니다. 강조를 하거나, 테마를 분명히 하거나, 부드럽고 다채로운 느낌의 표현을 위해 독일어 문장은 도치법을 선호합니다. 그래서 여기서도 ”Demokratie gibt es nicht umsonst.’라고, 목적어인 ‘Demokratie’가 먼저 온 것입니다.
  3. 도치문장에서 목적어 외에 부사구가 먼저 오는 일도 아주 흔합니다. 무엇이 먼저 오는가에 따라 어감이 달라집니다.

– In Korea gibt es echtes Kimchi. (한국에는 진정한 김치가 있다.)
– Echtes Kimchi gibt es in Korea. (진정한 김치는 한국에 있다.)

위 두 문장 사이의 차이는 강조되어 앞으로 오는 부분의 순서만 바뀐 것에 있죠. 그런데 어감이 어떤가요? 좀 다르죠. 어떤 문맥인가에 따라 위 두 가지 형태가 각각 구별되어 쓰일 것입니다. 가령, 한국에 있는 좋은 것들을 말하는 맥락 안에 있다면 첫번째 문장이 맞을 것 같습니다. ‘한국에는 이것도 있고 저것도 있어 좋은데, 게다가 대충 만든 김치가 아니라 제대로 만든 김치가 있다’고 말입니다. 만약, 전세계에 각각 만들어진 김치들을 놓고 비교하는 맥락이라면 두번째 문장이 어울릴 것입니다. ‘다른 데서 만들어진 것은 모두 제대로 된 게 없고, 오로지 한국에서 만들어진 것만이 진정한 김치다’라고 말하고자 한다면 말입니다.

그밖에도 ‘umsonst’란 단어도 재미있습니다. ‘공짜로, 거저’란 뜻이 있는 외에 ‘헛되이’란 뜻도 됩니다. ‘공짜’라고 하면 비용이 없다는 뜻이겠고, ‘헛되이’라고 하면 결과가 없다는 뜻이겠죠. umsonst는 두 가지에 다 쓸 수 있습니다. 예컨대, ‘Es war umsonst!’라고 하면, ‘그것은 헛된 것이었어!’라는 탄식이 될 수도 있고, ‘그것은 공짜였어!’라는 기쁨의 표현일 수도 있습니다. 문맥에 따라 달라집니다. 아무튼 오늘의 표현 ‘Demokratie gibt es nicht umsonst.’를 한번 외워보세요. 나중에 잊으셔도 됩니다. 외워서 그것이 내 표현인 것처럼 말하거나 써보세요. 그러면 그 문장 안에 표현이나 단어들이 자연스럽게 내 것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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